[이슈톡톡] 쿠팡 가는 길마다 경쟁자 너무 많다, 김범석 언제나 흑자낼까
등록 : 2021-05-26 13:53:15재생시간 : 10:50조회수 : 6,788임금진
쿠팡은 아마존의 사업모델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기업이다. 

실제로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했을 때 많은 미국 언론사들이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쿠팡의 거래액 추이를 보면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아마존 전략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쿠팡의 거래액은 21조 원으로 2019년과 비교해 무려 66% 늘었다. 

◆ 미국과는 다른 국내 이커머스 시장, 김범석은 언제 흑자낼까

하지만 과연 쿠팡의 사업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끊이지 않는다. ‘계획된 적자’라고는 하지만 과연 언제부터 '계획된 흑자'를 내냐는 것이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3월11일 미국 언론 CN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언제 흑자를 낼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장기적 전략(Long term strategy)을 통해 고객과 주주들을 위한 진짜 가치(real value)를 만들어내겠다”고 대답했다.

이를 두고 김 의장 본인조차 쿠팡의 흑자전환 시점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최초로 도입한 2014년부터 7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0억 달러를 투자한 2015년을 기준으로 6년 동안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은 사업을 시작해 첫 흑자를 내는 데 8년이 걸렸다. 꼭 아마존과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쿠팡의 적자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계속해서 나온다.

아마존 사업모델의 핵심은 사업 초기 ‘계획된 적자’를 통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당연히 시장을 얼마나 빨리 장악하느냐가 사업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관건이 된다.

문제는 아마존이 장악한 미국 이커머스시장과 한국 이커머스시장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유안타증권의 유다니엘 연구원은 미국 언론 CNBC와 인터뷰에서 “여러분이 진짜로 알아야 하는 것은 한국 이커머스 비즈니스환경에서 그들(쿠팡)이 거대한 수익을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이 인터뷰 뒤에 “쿠팡은 지금까지 아마존 및 알리바바와 비교돼왔지만 유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소비시장이 한국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 이커머스시장 규모는 7098억 달러, 중국은 2조8천억 달러다. 반면 한국의 이커머스시장 규모는 1041억 달러에 불과하다.

문제는 시장규모만이 아니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달리, 쿠팡은 한국시장에서 너무 많고, 강대한 경쟁자들과 싸우고 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거래액 기준 쿠팡의 한국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은 약 13.7%다. 네이버가 17.4%의 점유율로 1위인데 그 다음이다.

쿠팡보다 점유율이 높은 네이버를 제쳐둔다 하더라도 다른 경쟁자 역시 만만치 않다. 4위(6.2%)인 11번가는 SK그룹, 5위(4.3%)인 롯데온은 롯데그룹, 6위(2.5%)인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이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등에 업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국내에 촘촘하게 깔려있는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미국 월마트의 전략을 벤치마킹해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 의장은 쿠팡의 출범 당시부터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하도록 만들겠다”고 이야기해 왔다. 이 이야기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대부분의 고객들이 인터넷에서 상품을 살 때 쿠팡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커머스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쿠팡이 지금과 같은 속도록 점유율을 높이기에 우리나라의 이커머스시장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우선 오픈마켓 형태의 사업에 최적화돼있는 플랫폼기업 네이버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다.

◆ 이커머스시장에서 오픈마켓의 위상 변화가 심상치 않다, 쿠팡에 큰 벽 된 네이버

네이버는 최근 커머스사업 관련 설명회에서 “우리는 쇼피파이 모델을 따른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마존모델인 쿠팡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쇼피파이는 캐나다의 이커머스기업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글로벌 이커머스시장에서 아마존의 강력한 대항마로 오르고 있다.

쇼피파이는 직매입 사업모델을 통해 이커머스업계를 평정한 아마존과 달리 오픈마켓의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에게 밀려났던 오픈마켓 사업모델의 위상이 글로벌 이커머스업계에서 다시금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는 바로 이 오픈마켓사업을 펼치는데 최적화된 기업이다. 트래픽 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4월1일부터 4월17일까지 네이버의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은 무려 57.56%에 이른다. 

아마존, 쿠팡의 직매입모델과 비교되는 오픈마켓 사업모델의 장점은 바로 확장성이다. 플랫폼 내에서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상품의 종류와 판매자 다양성 등 확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네이버 이커머스 사업의 눈부신 성장은 바로 확장성이라는 오픈마켓의 장점이 네이버의 높은 포털점유율과 합쳐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점유율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쿠팡에게 네이버가 높은 벽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이베이코리아·요기요 매각, 어느 쪽에 팔리든 쿠팡에게는 부담

국내 이커머스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역시 쿠팡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롯데가 이커머스사업의 명운을 걸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롯데나 이마트, 11번가 등에 넘어가게 된다면 단순 합산으로 이커머스시장에서 쿠팡의 점유율은 3위까지 밀리게 된다.

요기요 매각 역시 마찬가지다. 

요기요 매각은 단순히 배달앱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이커머스 시장의 뜨거운 화두 가운데 하나인 ‘신선식품배송’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커머스업체인 SSG닷컴이 요기요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데 SSG닷컴은 이커머스업체 가운데 신선식품 배송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심지어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배달의 민족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요기요 인수후보에서 쿠팡을 배제하고 매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신선식품 배송사업과 음식배달사업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의장은 5월13일 쿠팡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과 음식배달 카테고리는 지난해 빠르게 성장했지만 아직 쿠팡의 침투율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선식품 배송사업을 포함한 이커머스사업에서도, 음식배달사업에서도 쿠팡은 경쟁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빠르게 덩치를 늘려가는 동안에 쿠팡의 서비스 경쟁력을 통해 점유율을 늘려나가는 정공법밖에 취할 수가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  여전히 주목받는 쿠팡의 미래가치, 김범석 사업 넓게 벌려 쿠팡 묶는다

김범석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쿠팡을 어떤 길로 이끌어가려는 것일까?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김 의장이 했던 말에서 그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김범석 의장은 올해 1분기 쿠팡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쿠팡은 아직 성장주기의 초기 단계에 있다”며 “앞으로 쿠팡의 손길이 닿는 범위를 50% 이상 늘릴 것이며 로켓프레시와 쿠팡이츠는 쿠팡이 상품판매업 이후 처음으로 출시한 신사업이지만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사업 무대가 이커머스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쿠팡이츠, 로켓프레시, 쿠팡플레이 등 여러 신사업을 계속해서 펼쳐나갈 것이라는 뜻이다. 

김 의장은 쿠팡이 이미 확보한 고객층이 있기 때문에 그 고객층을 이 새로운 서비스로 흡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켓와우라는 쿠팡의 유료멤버십을 통해 쿠팡의 모든 사업, 이커머스, 쿠팡이츠, 로켓프레시, 쿠팡플레이 등을 한 데 묶는다는 구상인 셈이다. 쿠팡이 또다른 신사업에 뛰어든다면 여기에 새로운 신사업 역시 추가될 수 있다.

김범석 의장의 이야기는 다시 한 번 아마존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존 역시 본업인 이커머스사업을 기반으로 음식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푸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을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도 아마존과 쿠팡은 다르다, 그리고 미국시장과 한국시장도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마존이 끊임없이 사업 다각화를 통한 서비스 확대를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클라우드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다.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전략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쿠팡은 아마존과 달리 여전히 본업에서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경쟁사들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김 의장이 쿠팡의 새로운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는 서비스들의 시장상황을 살펴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이야기한 신선식품 새벽배송과 음식배달서비스시장의 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역시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는 데다가 디즈니플러스까지 한국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물론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은 쿠팡을 주목하고 있다. 

이커머스시장에서 대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쿠팡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이커머스시장에서 쿠팡이 매우 위협적 존재라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쿠팡의 주가가 많이 내려갔다고는 하지만 시가총액이 70조 원을 넘는다는 점도 글로벌 자본이 여전히 쿠팡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쿠팡 지분 37%를 보유하고 있는 비전펀드는 “쿠팡의 성장을 믿기 때문에 이른바 ‘상장 대박’에도 불구하고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범석 의장은 그가 말한 장기적 전략으로 투자자들의 기다림을 달래면서 쿠팡을 세계 최고의 종합커머스기업으로 키워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저작권자 © 채널Who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