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네이버 카카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서 어떤 IT 미래 봤나
등록 : 2021-05-24 08:28:00재생시간 : 13:27조회수 : 5,897임금진
네이버와 카카오는 링크코인, 클레이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각각 발행하고 있다.

작은 기업들은 대부분 ICO(코인 상장)를 통해 자금조달을 하려고 가상화폐를 발행한다. 하지만 네이버나 카카오가 단순히 자금조달을 위해 가상화폐를 발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두 IT(정보기술) 공룡이 가상화폐에서 본 미래는 무엇일까?

◆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의 ‘윤활유’에 불과, 블록체인 생태계 잡는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발행하는 가상화폐를 볼 때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아래 깔려있는 판, 즉 ‘블록체인’이다.

두 회사의 구상에서 가상화폐는 단지 깔아놓은 판이 좀 더 부드럽게 돌아가도록 하는 ‘윤활유’역할에 불과하다.

블록체인은 수많은 노드로 구성된다. 노드는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참가자’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블록체인은 이 참가자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원활하게 돌아간다.

블록체인의 판이 커지려면 노드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가상화폐는 적극적으로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노드들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보상과 같은 것이다.

보통 가상화폐를 ‘채굴’한다고 말하는 일이 바로 노드가 블록체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가상화폐를 얻어내는 과정이라고 보면 쉽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링크코인과 클레이코인을 발행한 이유를 살펴보려면 각각의 코인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 깔려있는 판(블록체인)인 네이버의 링크체인과 카카오의 클레이튼을 봐야한다.

그렇다면 왜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링크체인과 클레이튼이라는 판을 키우려고 하는 걸까?

앞으로 블록체인이라는 판이 엄청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그 무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구상하고 있는 링크체인과 클레이튼을 스마트폰에 비유하자면 안드로이드, iOS와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개발자들이 앱을 만들 때 그 앱을 안드로이드 위에다가 올리듯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어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람들이 링크체인과 클레이튼 위에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정리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수많은 IT서비스들이 바로 이 블록체인이라는 판 위에 세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서비스들이 다른 ‘판’이 아닌 우리가 만든 ‘판’에 세워져야 한다. 

링크체인과 클레이튼이 블록체인의 안드로이드가 되고 iOS가 되겠다는 이야기다.

◆ 블록체인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그렇다면 도대체 블록체인이 어떤 장점이 있길래 IT서비스들의 새 판을 짤 수 있다는 걸까?

디지털서비스는 같은 내용의 오프라인서비스와 비교해  편리함, 신속함 등에서 우월하다. 하지만 치명적 약점도 있는데, 바로 보안이다. 

돈을 금고에 보관해놓으면 그 금고를 물리적으로 파괴하지 않는 한 탈취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돈이 은행에 데이터 형태로 보관돼 있다면 한 명의 뛰어난 해커가 수 천, 수 만 명의 계좌를 조작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데이터의 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데이터의 변조가 불가능하다는 블록체인의 특성은 앞으로 다가올 4차산업혁명 새로운 IT시대에 ‘모든 창을 막을 수 있는 방패’로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지금 수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며 여러 가지 업무들을 오프라인 베이스에서 디지털 베이스로 옮기는 작업들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블록체인의 가능성은 기업같이 큰 단위의 디지털 세상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생활의 아주 미시적 부분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GS홈쇼핑이 카카오의 클레이튼을 활용해 개발하고 있는 서비스가 좋은 예시다. 

GS홈쇼핑은 이 서비스를 설명하기 위해 경상북도 청송에서 생산되는 사과를 예로 든다. 일반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청송 사과를 산다면 이 사과가 진짜 청송에서 생산됐는지, 유통 과정에서 혹시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화학약품처리를 하지 않았는지 완벽하게 믿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청송 사과가 생산될 때부터 내 손에 들어올 때까지의 모든 과정과 품질관리 이력 등이 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관리된다면 소비자들은 그런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데이터의 위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블록체인은 그 특성상 블록체인 안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플레이어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알 수 있어야만 성립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내 식탁에 올라온 사과의 모든 이력을 낱낱이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NFT(대체불가능 토큰) 역시 블록체인시스템 안에서만 가능한 개념이다.

유명한 화가의 ‘진품’ 그림이 굉장히 비싼 값을 주고 거래하는 것은 그것이 세계에 딱 하나 있는 유일한 ‘진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진품’을 누구도 구별할 수 없다. 컨트롤c, 컨트롤v만 누르면 똑같은 데이터가 생겨나는 것이 디지털 세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불가능 토큰을 활용하면 특정 데이터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데이터로 만들 수 있다.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데이터에 복사가 불가능한 특정 코드를 심어놓으면 그 코드의 위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데이터는 ‘유일한’ 데이터가 된다. 데이터에 희소성이 생겨나는 셈이다. 

대체불가능 토큰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바로 문화, 예술, 게임 등의 분야다.

예를 들어 어떤 유명한 웹툰 작가가 처음 써놨던 문서파일에 대체불가능 토큰을 적용했다고 가정한다면 이 그림파일은 인터넷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진품’이 된다. 현실 세계에서 유명 화가가 직접 그린 ‘진품’과 같은 지위를 얻게 되는 셈이다. 

IT업계에서는 이런 대체불가능 토큰의 성질을 게임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이나 '월정액제'로 거의 고정돼 있는 게임업계의 사업모델(BM)을 대체불가능 토큰이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예를 들어 어떤 게임의 유명 아이템인 'A방패'를 유명 연예인인 B씨가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그 방패는 게임 내에 수 백 개가 존재하는 방패고 수 많은 사람들이 그 방패를 착용하고 게임을 즐긴다. 하지만 B씨가 착용했던 그 방패에 대체불가능 토큰을 적용하는 순간 그 방패는 그냥 A방패가 아니라 'B씨가 착용했던 A방패'가 된다. 복제 가능한 데이터에 고유한 가치가 생겨나는 것이다.

또한 그 방패는 단순히 게임 내의 아이템이 아니라 하나의 고유한 ‘데이터’가 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게임 밖으로 꺼내서 마음껏 데이터를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게임 내에서 B씨가 착용했던 A방패가 현실의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 블록체인으로 글로벌 도전 심고 싶은 카카오, 이미 확보한 경쟁력에 블록체인 얹은 네이버

재미있는 점은 카카오와 네이버가 블록체인과 관련해 퍼블릭체인과 프라이빗체인이라는 서로 다른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퍼블릭체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체인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퍼블릭체인의 노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프라이빗체인은 미리 정해져있는 조직이나 개인들만 참가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말한다. 

카카오의 클레이튼은 퍼블릭 체인, 네이버의 링크체인은 프라이빗체인의 형태를 띄고 있다.

카카오의 클레이튼은 누구나 그 생태계에 자유롭게 들어와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링크체인은 현재 네이버의 서비스인 라인에만 링크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를 얹고 있다. 바로 링크체인과 클레이튼이라는 두 블록체인 플랫폼의 서로 다른 성격에서 생겨나는 차이다.  

그렇다면 두 회사는 왜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일까?

카카오의 전략을 보기 위해서는 클레이튼을 운영하는 일종의 운영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을 살펴봐야 한다.

카카오는 이 운영집단을 구성할 때 수많은 기업들을 끌어들였다. 여기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LG전자, 셀트리온, 안랩, 아모레퍼시픽, 한화시스템, 넷마블 등 쟁쟁한 대기업들이다.

카카오는 ‘확장성’을 선택한 셈이다. 아까 말한 것처럼 블록체인이 어떤 서비스를 올릴 수 있는  ‘판’과 같은 존재라면 그 참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블록체인의 특성 때문에 참여자가 많아지면 보안성과 같은 블록체인 고유의 특징도 더 강화된다. 

다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은 모든 노드의 합의에 의해 모든 행동이 발생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노드가 많아지면 당연히 데이터 처리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가 클레이튼이 퍼블릭체인임에도 불구하고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이라는 중앙운영집단을 둔 것 역시 퍼블릭체인의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카카오가 퍼블릭체인이라는 길을 선택한 것은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블록체인을 카카오가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글로벌 진출’의 무기로 삼기 위해서다.

아까 말한 클레이튼의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에는 외국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 기업이 바로 필리핀 최대 상업은행인 유니온뱅크다.

블록체인이 미래 IT서비스들의 기반이 되는 ‘판’이고 이 판을 카카오가 선점하게 된다면 여러 글로벌기업들도 카카오가 깔아놓은 클레이튼이라는 판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세계 이곳저곳의 사람들이 카카오의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는 뜻이다.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을 도와줄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발판이 바로 블록체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클레이튼을 개발한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의 한재선 대표이사는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8’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들어가거나 글로벌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할 때 경쟁력이 필요한데 블록체인은 매우 좋은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조금 전략이 다르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네이버의 링크체인은 프라이빗 체인이고, 네이버는 라인에만 링크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를 얹고 있다. 

여기서는 네이버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네이버는 이미 라인이라는 세계 이곳저곳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훌륭한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라인에 블록체인을 얹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프라이빗체인은 퍼블릭체인과 달리 확장성이 제한되지만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훨씬 유리하다.

한국정보통신연구원은 프라이빗체인의 장점을 두고 “거래속도의 대폭 향상 및 비용 절감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특정 목적에 부합하는 특화형 설계가 더욱 용이하기 때문에 금융, 의료,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응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네이버는, 라인이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라인에서 활용할 블록체인시스템이 필요한 것이고, 링크체인은 그것을 위해 프라이빗체인으로 설계된 것이다.

네이버의 전략은 애플이 생각나는 행보이기도 하다. 애플의 iOS는 애플의 전자기기만을 위해 설계된 애플 전용 OS지만 애플의 영향력이 세계 방방곡곡에 미치고 있기 때문에 iOS는 세계 IT업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 블록체인시대는 올까, 블록체인 골든타임 놓치지 않으려면

선진국들은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계속해서 기술력을 높여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적절한 규제와 지원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미 2020년 4월에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선진국과 블록체인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지금이 블록체인 선진국 추격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블록체인시대가 반드시 온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다. 블록체인은 앞에서 설명한 수많은 장점들을 지니고 있지만 저런 장점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미래 IT산업이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블록체인과 관련해 ‘블록체인은 문제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해답이 먼저 나온 격’이라는 비웃음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그 해결방안으로서 신기술을 찾아내는 것이 일반적 발전방향이라면 블록체인은 반대로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먼저 만들어 놓고 그걸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나중에 찾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실제로 미래 IT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인다면 완전히 뒤처지기 전에 ‘가능성’을 보고 미래에 투자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앞으로 찾아올 블록체인 세상에서 국내 기업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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