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1위, 이재용 그곳에 갈 수 있는 길 있다
등록 : 2020-11-30 16:28:38재생시간 : 17:11조회수 : 9,481임금진 감독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에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시했던 목표다.

삼성전자는 이 목표에 어느 정도 다가서 있을까?

이재용 부회장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 팹리스, 파운드리, IDM, 알쏭달쏭 복잡한 시스템반도체시장

이 부회장의 전략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반도체시장이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보자.

반도체시장은 크게 메모리반도체시장과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시장으로 나뉜다. 

메모리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반도체, 시스템반도체는 정보를 연산하는 반도체다.

이 가운데 시스템반도체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종합반도체기업(IDM), 팹리스, 파운드리가 그것이다.

팹리스는 반도체를 설계한 뒤 제조는 다른 업체에 맡기는 설계 전문기업을 말한다. 애플, 엔비디아, AMD 등이 팹리스에 해당한다.

파운드리는 반대로 그 설계를 받아서 제조만 하는 업체를 뜻한다. 유명한 파운드리업체로는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부 등이 있다.

종합반도체기업은 설계와 제조를 동시에 하는 업체를 말한다. 종합반도체기업의 대표주자는 인텔과 삼성전자 등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도, 종합반도체기업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까닭은 설계를 받아서 제조에만 집중하는 파운드리사업부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반도체 설계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서 설계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 시스템반도체가 바로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다. 모바일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로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시리즈라는 모바일 AP를 설계하고 있다. 

◆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 TSMC 추월 어렵다, 그러나 격차 벌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의 세 분야 가운데 어디서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일까? 

삼성전자가 현재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파운드리시장이다. 

삼성전자는 TSMC에 이어 파운드리시장 점유율 2위에 올라있다. 올해 2분기 기준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TSMC가 51.5%, 삼성전자가 18.8%다. 삼성전자는 TSMC와 격차를 조금씩 줄여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을 넘어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삼성전자가 TSMC와 확연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고객사와 절대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영철칙으로 삼고 있다. 파운드리의 고객인 팹리스기업들에 “우리는 절대 설계에 뛰어들지 않을 테니 설계가 유출될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뿐 아니라 반도체 설계를 직접 하는 종합반도체기업이다. 팹리스 기업들로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설계를 제공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아이폰에 사용되는 모바일AP의 제조를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맡긴 적이 없다.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엑시노스라는 AP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TSMC가 삼성전자를 압도해 시장에서 몰아내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의 기술력을 따라갈 수 있는 유일한 파운드리 업체이기 때문이다. 현재 7나노 이하 미세공정 양산이 가능한 파운드리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없어진다면 7나노 이하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건 세계에서 TSMC만 존재하게 된다. 현재도 파운드리시장의 ‘슈퍼을’인 TSMC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팹리스기업들로서는 이런 상황이 반가울 리가 없다. 

또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TSMC와 달리 삼성전자라는 확실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인텔 역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에 도움이 되는 요소다.

인텔은 설계와 제조를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이지만 최근 미세공정 제조를 파운드리업체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파운드리업체 가운데 미세공정 제조가 가능한 파운드리업체가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이 두 업체가 인텔을 고객사로 맞게 되는 셈이다.

인텔이 TSMC에 모든 제조를 맡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TSMC가 그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T매체인 톰스하드웨어는 “TSMC는 이미 생산능력이 제한돼 있고 최첨단 웨이퍼 생산에 관해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삼성전자의 웨이퍼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또 TSMC만큼 수요가 많지 않아 인텔의 주문에 더 많은 생산능력을 할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인텔의 물량을 최소한 TSMC와 나눠서 수주하거나, 일이 잘 풀린다면 그 물량을 모두 차지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TSMC를 넘어설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시장에서 무력화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취할 수 있는 전략 가운데 가장 합리적 전략은 바로 ‘견고한 2위 만들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시스템반도체 1등’ 이야기는 허상에 불과한 걸까?

◆ 세계 1등 ‘종합반도체기업’ 노리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종합반도체기업’에서 그 답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시장에서 견고한 2위를 유지하는 한편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설계와 제조, 각 부문에서 1위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종합적으로 세계 1위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투자금액 133조 원 가운데 약 30조 원을 시스템반도체 설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설계의 ‘꽃’이라고 불리는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에 뛰어들지 않고 있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 분야에서도 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살피면 삼성전자가 승부처로 보고 있는 분야는 모바일AP, 이미지센서,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기준 삼성전자의 모바일AP시장 점유율은 퀄컴, 미디어텍, 하이실리콘, 애플에 이어 5위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의 자회사고 애플은 아이폰에 넣을 AP를 개발해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점을 살피면 퀄컴, 미디어텍이 삼성전자의 직접적 경쟁사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과 갤럭시노트20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사용했지만 갤럭시S21에는 엑시노스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모바일AP 제조에서도 미세공정이 매우 중요한데,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파운드리사업을 펼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4분기부터 5나노 공정을 적용한 플래그십 및 세미 프리미엄 시스템온칩(SoC) 공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실제 디스플레이에 이미지의 형태로 출력해주는 반도체다. 스마트폰 카메라, 스마트TV의 카메라에 사용되는 것에 더해 최근에는 자율주행차의 핵심부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이미지센서 설계 분야에서도 시장점유율 2위를 보이고 있다. 1위는 일본의 소니인데, 최근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 매섭게 소니를 추격하고 있다.

소니는 카메라, 미러리스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여전히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시장에서 매년 소니와 격차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전체 이미지센서시장의 규모는 193억2300만 달러, 이 가운데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시장의 규모는 133억6300만 달러다.

또한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이미지센서를 소니가 만들고 있었다는 점을 살피면 화웨이가 최근 미국의 제재로 주춤하고 있는 현실은 삼성전자에게 또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신경망처리장치(NPU)는 인공지능반도체라고도 부르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말한다.

신경망처리장치는 최근 미래기술의 필수 부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빅데이터 처리,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고도의 데이터 연산을 요구하는 첨단기술들이 발달하면서 인공지능 반도체의 쓰임새도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인공지능 반도체시장은 2018년 57억 달러 규모에서 2023년 248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 신경망처리장치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NPU 분야 인력을 2천 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뇌과학연구소 교수에게 삼성전자의 R&D 조직인 삼성리서치의 수장 자리를 맡기기도 했다. 

◆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가기 위한 인수합병 언제할까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인수합병 움직임에서 삼성전자는 한 발 물러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10월에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400억 달러(약 44조 원)에 인수하면서 반도체업계 인수합병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빅딜을 단행했다.

AMD 역시 올해 10월에  재프로그램이 가능한 시스템반도체(FPGA) 분야에서 가장 큰 기업 자일링스를 350억 달러(약 39조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마지막 ‘빅딜’은 2016년 전장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약 8조8천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삼성전자는 인수합병시장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미지센서, 모바일AP, 신경망처리장치 등에서 ‘시스템반도체 1위’로 가기 위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다른 반도체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하루빨리 인수합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2년까지 순현금 100조 원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인수합병에 나서기 위한 ‘실탄’은 충분한 셈이다.

지금 삼성전자가 인수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기업으로는 NXP,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래티스반도체 등이 꼽히고 있다. 셋 모두 시스템반도체에서 상당한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안타깝게 최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했는데 삼성전자는 바야흐로 진짜 이재용시대를 맞이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2019년 제창했던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라는 구호를 현실로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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