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주가] 첨단소재 열망 정몽진, 모멘티브 인수 KCC 주가는 힘 못 써
등록 : 2020-06-23 14:01:33재생시간 : 05:31조회수 : 3,660성현모
◆ KCC 주가, 정몽진이 인수한 모멘티브 실적에 달렸다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에게 2020년은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실리콘업체 ‘모멘티브’의 실적이 올해 처음으로 KCC 연결실적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를 통해 기존 건자재와 도료 중심의 기업에서 실리콘 중심의 첨단소재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실리콘사업도 기존 건축용 등 보급형 제품군에서 반도체용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영역을 넓히게 됐다. 그동안 아시아 중심에 한정됐던 영업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 선진시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멘티브는 미국 다우듀폰, 독일 바커와 함께 세계 3대 실리콘기업으로 유명하다. KCC는 이번 인수를 통해 세계 2위의 실리콘업체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몽진 회장은 예전부터 KCC 미래 성장동력으로 실리콘을 점찍고 관련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8년 모멘티브가 매물로 나오자 사모펀드 운용사 SJL파트너스, 반도체용 석영 제조회사 원익QnC와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를 추진했다.

인수금액은 3조5천억 원(30억 달러)가량으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에 이어 역대 한국기업의 인수합병 가운데 3번째로 큰 거래로 꼽힌다.

건자재와 도료산업의 성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몽진 회장은 KCC의 미래를 위한 통 큰 베팅을 한 것이다. 그런 만큼 KCC 미래 기업가치 확대도 모멘티브의 성공적 안착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모멘티브가 향후 미국 증시에 상장될지 여부도 중장기적으로 KCC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다만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모멘티브 인수효과가 희석될 수 있는 점은 불안요소다.

◆ KCC와 KCC글라스 분할로 소비자 대상사업 강화해 건자재 부진 대응

정몽진 회장이 올해 직면한 커다란 변화는 모멘티브만이 아니다.

KCC는 1월2일을 기점으로 기존회사 KCC와 신설회사 KCC글라스로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기존회사 KCC는 실리콘과 도료를 중심으로 한 화학·신소재와 창호·내단열재를, 신설회사 KCC글라스는 유리와 바닥재, 홈씨씨인테리어부문을 맡게 됐다.

KCC는 회사분할을 기업과 기업 사이 거래(B2B)와 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B2C)로 나눠 각 부문에 걸맞은 맞춤형 경영을 하고 이를 통해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대상사업인 KCC글라스의 홈씨씨인테리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방산업인 건설업 부진으로 B2B부문의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한 인테리어 수요 증가에 대응해 건자재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KCC는 전통적으로 B2B부문에 강한 회사인데 경쟁사 LG하우시스와 비교하면 B2C 기반이 약한 편으로 평가됐다.

정몽진 회장은 신설 KCC글라스 대표에 전문경영인인 김내환 대표를 올리고 KCC글라스의 기틀을 닦는 데 힘쓰고 있다.

KCC글라스는 출범한 지 1~2개월 만에 잇달아 공식 홈페이지 단장, 바닥 신제품 출시, 온라인 오픈마켓 입점, 오프라인 매장 단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KCC와 KCC글라스 분할을 정몽진 회장과 동생인 정몽익 KCC 수석부회장의 독립경영을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정몽진 회장이 실리콘을 중심으로 한 KCC를, 정몽익 부회장이 유리사업을 들고 있는 KCC글라스를 각자 맡아 경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 KCC 신소재기업 도약으로 시장 불안 잠재울 과제 안아  

정몽진 회장의 실리콘 승부수에 투자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아 보인다.

KCC 주가는 모멘티브 인수가 알려진 2018년 9월13일 34만6천 원에서 계속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로부터 한 달 반 뒤인 10월31일에는 24만7천 원까지 29%나 떨어졌다.

모멘티브 인수금액이 3조5천억 원에 이르는데 KCC가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으로 분석된다.

모멘티브 인수는 KCC와 SJL파트너스, 원익QnC가 모멘티브 지분을 1조4천억 원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KCC가 45%, SJL파트너스가 50.5%, 원익QnC가 4.5%씩을 부담했다.

나머지 2조1천억 원은 인수금융 형태로 모멘티브의 차입금에 잡히는데 이 가운데 1조 원은 KCC가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KCC의 모멘티브 인수를 놓고 무디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앞다퉈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거나 하향 조정했다.

KCC 주가는 2018년 말~2019년 초 남북경협 기대감이 높아지던 시기에 잠시 상승세를 보였지만 건자재업황 악화로 2019년 1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면서 지금까지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KCC와 KCC글라스가 인적분할한 뒤 재상장한 시점을 기준으로 잡아도 하락세는 가파르다.

분할 뒤 재상장한 1월21일 기존회사 KCC 주가는 20만5천 원에서 시작했지만 6월 후반 14만 원대에 오르내리고 있다.

KCC글라스는 시가 7만9600원에서 6월 후반 3만 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 정몽진 KCC를 국내 1위 건자재회사로, 실리콘 발판으로 글로벌기업 도약할까

정몽진 회장은 정상영 KCC 창업주의 장남으로 2000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20년 동안 KCC를 국내 1위 건자재회사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홈씨씨인테리어 등을 통해 B2C부문으로도 외연을 넓혔다.

정 회장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실리콘사업을 통해 KCC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유럽 등 해외를 돌며 실리콘사업을 공부했다. 그 결과 2003년 유기실리콘을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하는 등 성과를 냈다.

이 과정에서 태양광전지의 원료인 폴리실리콘, 즉 무기실리콘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태양광업황 악화로 실패도 경험했다. 

정 회장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2018년 무기실리콘이 아닌 유기실리콘을 다루는 모멘티브 인수를 결정했다. 실리콘사업을 KCC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행보에는 아버지 정상영 명예회장의 뜻도 크게 반영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2020년은 KCC가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이라며 “KCC는 앞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욱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글로벌 첨단소재기업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몽진, 세계시장 흐름 민감하고 폭넓은 인맥 활용

정몽진 회장은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어학에 능통하고 세계시장의 변화와 큰 흐름을 빨리 읽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KCC의 주요 사업들도 정몽진 회장이 먼저 직접 발굴해 실무진 검토를 거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의 워렌 버핏’으로 불릴 만큼 주식투자도 잘 한다. 

정 회장은 풍부한 국내외 인맥을 투자에 잘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임석정 SJL파트너스 회장과 인연이 대표적 사례다. 

정 회장과 임석정 회장은 1960년 동갑내기 친구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원 동문이다. 

임 회장은 과거 JP모건 대표로 있던 시절 KCC의 교환사채 발행이나 삼성에버랜드 지분 인수, 삼성물산 자사주 인수 등을 도왔다. 

임 회장의 SJL파트너스는 KCC가 실리콘기업 모멘티브를 인수할 때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정 회장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보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모르는 분야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으며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평균 5~7년의 검토 끝에 조심스럽게 들어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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